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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님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나?(BTN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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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12-25 10:50 조회3,1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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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님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나?

기사승인 2021.12.24  11: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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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백양사와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 등등.

가는 절 마다 빨간색 글씨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어찌나 크게 입구에 떡하니 붙어 있는지. 

도저히 안 보고는 그냥 지나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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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방문객들 마다 혀끝을 찬다.

“쯧쯧. 스님들이 얼마나 속이 상하셨으면 저렇게까지...”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꼭 들리는 곳. 고궁이나 천년고찰 등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와 선조들이 남긴 전통 문화 유산을 엿 볼 수 있는 곳들이다.

이런 가치 있는 문화재들은 국가가 소유권을 제한하고 등급을 분류해 관리 및 보전하고 있다.

경복궁의 경우 화재 또는 훼손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직원을 고용해 직접 관리하며 입장료로 3000원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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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석굴암, 팔만대장경, 각황전 등 불교 문화재는 관리 업무를 사찰이 대신하도록 하게 했다.

사찰 자체가 문화재이거나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왔기 때문에 문화재 구역 관람료를 받으며 사찰이 보존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법률에 근거한다.

직접 고용하면 발생하게 될 엄청난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사찰에 불교 문화재 관리 업무를 위임토록 한 것이다.

문화재를 보러 온 사람이 그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라 합리적이고 국민의 혈세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사찰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요금을 내는 것에 불만이다.

특히 ‘oo산 국립공원’처럼 ‘국립’이 뒤에 붙은 산자락에 위치한 절을 지나며 ‘나라 땅이니 공짜다’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시작된다.

미국이나 뉴질랜드 등 외국의 경우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모두 입장료를 받는다. 미국은 입장료가 꾸준히 올라 국립공원 3곳 이상을 방문한다면 연간패스(애뉴얼패스)를 사는 것이 나을 정도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보존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사찰에서 받는 문화재 구역 관람료보다 훨씬 비싼 금액의 입장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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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립공원 내 전체 토지의 대략 7% 는 사찰 소유의 땅이다. 

가야산국립공원과 내장산국립공원의 경우 각각 해인사와 내장사 소유 토지가 약 80%가 넘는다.

산이 오롯이 국가 소유가 아님에도 국립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국민들을 혼동되게 만들었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사찰은 그 안에서 조그만 화장실 건물 하나를 지으려 해도 까다로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재산권 행사를 제한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전통 문화 유산을 유지하고 후대에 전하는 역할을 묵묵히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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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정감사장에서 정청래 의원은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라며 스님들을 사기꾼에 비유했다.

국회 문체부 소관위원의 막말에 불교계는 침통해했다.

사찰 땅을 지나가는 등산객의 입장료 부담을 덜어주려면 불교계에 대안을 제시해야 함에도 정 의원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사기꾼에 빗대며 비아냥거렸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자비를 나누며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고려해 법회도 취소하고 산문마저 닫았던 스님들인데.

표를 얻기 위해 종교를 폄훼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의 조롱을 듣고 자비의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마냥 앉아만 있을 수 있었을까.

누군가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을 보고도 그냥 참고 넘어 가야한다는 것이 ‘자비’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아닐 것이다.  

50일을 말없이 버티다 등 떠밀려 사과하겠다는 의원님과 제 식구라며 감싸는 여당.

이런 상황에서 캐럴 활성화에 예산을 지원하고 반대하는 스님들을 속 좁은 사람 취급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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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깨우쳐 주기위해 종회의원 스님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졌고, 결국 스님들은 1월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열고 거리로 나서기로 했다.

종교간 갈등을 과연 누가 부추기고 있는 건가.

전통 문화 보존 지원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라는 말은 차치하더라도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50년 넘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코로나 상황에서 너무나 가혹하다.

당사자의 진정성 있는 참회와 책임지는 모습, 또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나무로 불 때던 시절.

사찰에서는 도벌꾼과 나무꾼을 단속하는 산감(山監)을 두어 우리 산과 숲을 지켜왔다.

“중이 쫓겨나더라도 도벌꾼을 만나면 산을 지켜야한다”며 목숨을 걸고 지켜 온 산이었다.

이러한 노력 때문에 온갖 생명 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금에 대한민국의 자연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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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그렇게 지켜 온 산속 사찰들을 유네스코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영어 Temple(사원) 대신 Monastery(수도원)로 표기 하면서 사찰과 스님들 그 자체가 살아있는 한국의 소중한 전통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후대에 남겨야 할 가치 있는 유산으로 보전하자고 세계가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산사에 대한 근본 개념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문화재 정책을 마련해 법제화해야 한다.

엄동설한에 과연 누가 스님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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