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장의 추억(전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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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8-13 13:53 조회2,309회 댓글0건본문
모기장의 추억
국내 한 유명사찰에서 추억만들기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는 최근 보도를 접하고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지난 6일 밤 화엄사 화엄원 마당에서 열린 '제2회 모기장 영화음악회'를 말한다.이 행사는 '일 포스티노', '시네마천국', '첨밀밀', '여인의 향기' 등 유명 영화 속 음악들이 기타,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 등으로 연주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지난해에 이어 조희창 음악평론가의 해설을 맡았다고한다. 이번 행사의 최고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모기장이 아닐까싶다. 참석자들은 백여개의 모기장 속에서 영화와 음악을 감상했다. 모기장은 2~3인용으로 편하게 눕기엔 비좁고 좌정한 채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이 모기장을 사진으로 보면서 40~50여년전 여름으로 시공간 이동이 가능해졌다.
당시만 해도 파란색깔의 나일론 소재 5면체형 모기장이 여름나기 생활필수품이었다. 이 모기장이 판매되기 전까진 여름이 되면 집집마다 집문 창호지를 뜯어내고 망사천을 붙이는 게 연례행사였다. 하지만 5~6명이 거뜬히 잘 수 있는 텐트형 대형 모기장이 나오면서 도배의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이 모기장 하나면 모기에 시달리지 않고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이것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모기 회식 '경험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맨살이 모기장 천과 맞닿은채 잠을 자게 될 경우 모기떼가 그 곳을 집중적으로 물어 피부가 마치 우박을 맞은 과일 표피처럼 되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방안에 모기장을 치게 되면 갑갑하고 덜 시원했다. 하여 마당에 있는 대나무로 만든 편상 위에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이 최고의 피서법으로 통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숫자가 줄고 , 문을 활짝 열어둔채 밤을 보낼 수 없는 치안 문제의 대두, 에어컨 설치 등으로 인해 모기장은 시나브로 우리곁을 떠났다. 우리 생활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모기장이야말로 인간이 자연과 공생을 추구한 발명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 시대에서 보자면 에어컨 처럼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은 점에서 그렇다.
한 사찰이 그 모기장을 소환해 행사를 마련했으니 그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폭염과 열대야에 지친 도시인들이 모기장속에서 영화와 음악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특별한 체험이 될 듯하다. 사찰의 고즈넉함과 숲속의 쾌적한 한기는 덤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7일에는 화엄사 말사인 사성암에서 영화극장인 '낙樂극장'이 마련된다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 나들이를 한 번 해보기를 바란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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