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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의 오마이갓] 스스로 찾아와 웃게 만드는 산사의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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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08 13:58 조회2,1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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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경남 양산 통도사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려 시민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구름 끼고 약간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탐매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김동환 기자
12일 오전 경남 양산 통도사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려 시민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구름 끼고 약간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탐매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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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차량 행렬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일요일이던 지난 12일 낮 12시 무렵 경남 양산 통도사 부근은 완전히 차량으로 뒤덮혔습니다. 통도사로 향하는 길은 동서남북이 꽉 막혔습니다. 통도사 산문 앞에는 어마어마한 병목 현상이 빚어지고 있었지요. 절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하도 여러 방향에서 줄을 잇다보니 절에서 나가는 차까지 엉켜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 시각 통도사 안에도 당연히 엄청난 인파가 몰렸지요. 부처님오신날도 아닌 2월초의 쌀쌀한 날씨에 통도사에 왜 이렇게 인파가 몰렸을까요? 그많은 사람을 불러모은 것은 다름 아닌 매화였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펼쳐지는 풍경입니다.

통도사엔 유명한 매화가 두 그루 있습니다. 역대 조사(祖師)들의 위패를 모신 영각과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극락전 앞의 매화가 유명합니다. 특히 영각 앞의 매화는 수령(樹齡) 약 370년 된 매화로,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를 기려 ‘자장매’로 불립니다. 두 매화나무는 약 20~30미터 간격으로 나란히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두 그루 매화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꽃 자체를 찍고, 매화를 배경으로 가족들의 사진을 촬영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지난 12일 통도사 매화가 붉은 꽃을 활짝 피우고 향기를 뿜고 있는 모습. /김한수 기자
지난 12일 통도사 매화가 붉은 꽃을 활짝 피우고 향기를 뿜고 있는 모습. /김한수 기자

저는 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매주 화요일 ‘꽃 이야기’를 연재하는 김민철 논설위원이 꽃 전문가입니다) 매화나무 근처에 다가서니 매화 향기가 꽤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매화나무 주변은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아 질척거렸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인파 사이에서 휴대전화로 매화를 찍다가 문득 사람들 얼굴을 봤습니다. 하나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인상 찌푸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을 겪었을텐데, 이른 봄을 직접 맞는다는 행복감에 그 불편은 이미 다 잊은 표정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어떤 것, 어떤 사람이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자발적으로 모이게 하고 웃음짓게 만들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매화가 피는 것 자체가 법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통도사 매화는 일찍 피었다가 지고 있지만 매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아직 탐매(探梅) 기회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매화는 기온과 해발고도 등의 차이에 따라 3월 중순까지 핀다고 합니다. 통도사 매화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매화가 많습니다.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매화 4종을 ‘4대 매화’로 꼽고 있지요. 강릉 오죽헌 율곡매(천연기념물 484호), 구례 화엄사 매화(485호), 백양사 고불매(486호), 순천 선암사 선암매(488호) 등입니다. 4종 중 3종이 사찰에 있지요.

2022년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 /화엄사 제공
2022년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 /화엄사 제공

사찰 중에선 화엄사가 몇 년 전부터 3월에 매화를 주제로 봄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 화엄사는 해발 450미터에 위치해 통도사보다는 한 달 정도 늦게 매화가 핍니다. 화엄사에도 유명한 매화가 두 그루 있습니다. 한 그루는 각황전 앞의 홍매화이고, 또 한 그루는 화엄사의 암자인 길상암 들매화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는 들매화이고요.

작년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 /화엄사 제공
작년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 /화엄사 제공

통도사와 마찬가지로 화엄사에도 매년 봄이면 전국의 사진가들이 매화를 촬영하기 위해 몰려들곤 하지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3월 화엄사는 ‘제1회 홍매화·들매화 휴대폰 카메라 사진 콘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를 드린 것이지요. 호응이 대단했답니다. 매년 3월 초~중순경 보름 정도 기간을 정해 촬영한 사진을 응모 받았는데, 첫해에 1500명, 2022년엔 2500명이 응모했다네요. 축제 기간 중 방문객도 2021년 6만명, 2022년엔 8만명이었다고 하고요.

올해 제3회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와 백일장을 알리는 홍보 배너. /화엄사 제공
올해 제3회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와 백일장을 알리는 홍보 배너. /화엄사 제공

올해 화엄사는 3월 11~26일 세번째 매화 축제를 개최합니다. 올해는 일반인들의 휴대폰 카메라 사진뿐 아니라 전문 사진가들의 사진도 응모받는답니다. 응모 방법은 화엄사 홈페이지(www.hwaeomsa.or.kr)에 안내하고 있습니다. 심사를 거쳐 5월 27일 부처님오신날 화엄사에서 시상식을 갖는다고 합니다. 화엄사는 또 올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백일장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백일장은 3월 18일 오후 2~4시 화엄사 홍매화 축제 개막식날 열립니다. 이날은 작은 음악회도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기간에도 산사의 매화를 보며 웃는 모습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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