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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1200년 묵은때 벗고 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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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8-10 17:00 조회3,3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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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1200년 묵은때 벗고 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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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공사 마치고 9월 준공식
다보탑과 함께 異形 석탑의 쌍벽
구조적 불안정 확인돼 전면 해체

미륵사지 석탑 등 보수 경험 바탕
최신 노하우·기술 적용 공기 단축

균등한 하중 분산 등 도전적 과제
적심석·고임쇠 등 활용 중심 잡아

보수 전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왼쪽)은 부재의 균열, 이격 등으로 인한 구조적 불안정성이 확인돼 전면 해체 보수 작업(가운데)을 거쳐 다음달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돌의 물성은 차고, 딱딱함으로 요약되겠으나 오래된 석탑을 만져보면 다른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석탑에 깃든 수많은 이들의 기도 때문인지, 따뜻한 듯도 하고 포근한 것도 같다. 길게는 1000년 이상, 석탑이 살아온 시간의 마법은 아닐까. 지난달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삼층석탑·국보)에 봉안된 수리기에는 이런 시간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의 새로운 역사와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을 모아 이 수리기를 남긴다.”

정밀진단 결과 구조적 불안정이 확인돼 전면해체되었던 삼층석탑이 보수공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다음달 준공식을 마치면 보다 건강하고, 말끔해진 모습으로 전남 구례 화엄사를 찾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2012년 전면 해체 후 보수가 결정되었으나 공사 주체가 민간업체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로 바뀌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며 공사 기간이 길어졌다. 연구소는 2018년 5월 공사를 맡고 3년여간 보수작업을 이어왔다.

 

삼층석탑은 통일신라 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1200여 년의 세월이 만들어 놓은 흔적이 뚜렷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 전면해체가 결정될 당시 삼층석탑은 기단을 이루는 석재들이 벌어지고, 곳곳에 균열, 절단이 확인됐다. 화엄사를 찾은 지난 5일,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한 삼층석탑을 보는 것은 앞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 ‘한국 대표 석탑들’을 떠올리게 했다. 2001년 시작돼 단일 문화재로는 가장 긴 20년간 보수를 한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2004∼2017년 진행된 경주 지역 석탑 보수 사업의 대상이었던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불국사의 ‘석가탑’, ‘다보탑’ 등이다. 막대한 가치가 인정돼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이 석탑들이 그랬던 것처럼 삼층석탑은 세월이 남긴 묵은 때를 벗었고, 상처를 치료했다. 미륵사지 석탑의 경우엔 쓰러질지도 모르는 구조적 불안을 해소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삼층석탑의 쇄신은 미륵사지 석탑 등의 보수 경험이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앞선 작업에서 개발돼 특허까지 받은 ‘무기질 보수재료’(건축문화재 지반 보강, 불균형을 유발하는 빈 공간을 충전하는 등에 사용하는 재료), ‘석조문화재 금속보강방법’(파손된 부재의 재사용을 위한 보강처리 방법) 등을 적용한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런 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규모 20.4㎡의 삼층석탑 보수작업은 비슷한 규모의 석가탑(19.5㎡)에 비해 기간(6.5년→3.5년)은 절반 정도로 줄이고, 예산(36억원→27억원)도 절감했다.

물론 삼층석탑만의 ‘특별한 사정’은 있었다. 미륵사지 석탑 등에 비해 대중성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이 석탑은 “다보탑과 더불어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쌍벽을 이룬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일반적인 석탑과는 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단 각 모서리에 사자상 네 점, 기단 중앙에 인물상을 각각 세우고 석탑을 그 위에 얹은 모습은 한눈에도 특이하다. 이를 두고 연구소 김현용 학예연구사는 “양식적으로는 독특하지만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사는 “석탑 상부에서부터 내려오는 힘은 가운데로 집중되는데 모서리에 사자상을 두어 얹다 보니 상층 갑석이 휘어 파괴될 수 있고, 미세균열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자상 각각의 높이가 조금씩 달라 균형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손으로 직접 다듬은 석재 유물은 어느 것이든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하중을 균등하게 분산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연구소로서는 큰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연구소는 사자상 각각과 인물상을 받치는 역할을 할 새로운 적심석 5개를 기단 내부에 설치하는 것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 보수작업에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부재를 사용한 것은 이 적심석들뿐이다. 또 높이가 달라 생기는 조금씩 빈 공간은 무기질 재료를 보충하거나, 고임쇠를 괴어 균형을 잡았다.

김 연구사는 “일반적인 양식의 석탑이라면 부재의 크기가 다르고, 반듯하게 가공되지 않았다고 해도 어느 정도 맞추면 중심을 잡을 수 있다”며 “그러나 삼층석탑은 형태가 독특해 어떻게 하면 하중을 균형있게 받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보수 작업 과정에서) 꽤 깊었다”고 전했다.

 

구례=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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