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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국민과 함께 가는 불교, 화엄문화제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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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0-09 13:49 조회1,9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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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대회·음악회·헌혈증서 나눔 등 화엄문화제 개최
비건 버거, 야생차 등 화엄사 고유 브랜드 상품 출시
"화엄사 유·무형 문화자산 나누는 것이 자비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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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전남 구례 지리산 화엄사는 더 이상 산골짜기에 있는 고찰(古刹)이 아니다. 홍매화축제, 모기장영화음악회, 요가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6~8일에는 화엄문화제도 성황리에 개최했다. 화엄사 비건 버거 시식 행사, 걷기대회, 퓨전 음악회, 헌혈증 나눔식 등 색다른 이벤트로 방문객을 즐겁게 했다.

엄숙하기만 하던 천년고찰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찰의 행정을 책임지는 주지 덕문스님이다. 화엄문화제 때 만난 덕문스님은 사찰은 불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국민의 것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엄문화제 또한 '열린 사찰'을 위한 행사로 화엄사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대중들과 최대한 나누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한 행사라고 밝혔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대화다.

-화엄문화제는 어떤 목적으로 하는 행사인가.

"코로나19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화엄사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행사다. 특히 올해는 전법(傳法·법문을 전함)의 해로 국민과 불교가 함께 갔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선조들의 유산을 최대한 활용해서 국민들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이러한 나눔이 사람들에게 불교의 핵심 가치인 자비의 정신으로 인식됐으면 좋겠다."

-화엄사는 '화엄'을 사찰 이름으로 쓴 대표 사찰이다. 스님이 보는 화엄사상은.

"화엄의 핵심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다. 마음을 어떻게 먹고 사느냐에 지옥과 극락을 오간다. 마음을 다루는 것이 불교의 시작과 끝이다. 과거 일곱 부처님이 공통으로 하신 말씀이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라, 그리고 마음을 맑게 하라였다."

-문화제 때 선보인 국보 301호 영산회상도 괘불탱화(그려서 걸어 놓는 부처님 그림)가 참으로 장엄하던데.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 영축산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장면을 묘사한 게 영산회상도다. 화엄사 영산회상도 탱화는 가로 7.76m, 세로 11.95m에 이르는 크기를 자랑한다. 소중한 국보로 1년에 한 번만 공개한다. 임진왜란 이후 17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법당이 전란에 소실돼서 '야단법석(야외에서 하는 큰 법회)'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임란으로 많은 이들이 희생됐는데 특히 화엄사는 승병 거점이어서 일본군의 보복에 따른 피해도 컸다. 사람이 많이 죽는 시절이어서 천도재를 할 필요성이 있었고 그에 따른 영산회상도가 필요하니까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 정성을 다해 만든 것 같다. 이것을 알 수 있는 게 쓰인 재료부터가 남다르다. 금가루보다 더 귀한 재료가 색을 내기 위해 쓰는 돌가루인데 화엄사 영산도는 돌가루를 써서 그렸다. 크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영산도는 사실상 화엄사가 유일하다고 본다. 영산도 크기가 화엄사 전각 중 하나인 보제루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보제루에서 탱화를 제작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보제루는 야단법석을 위해 만들어졌고, 괘불탱화도 같은 시기 제작됐다."

-화엄사 비건(채식) 버거를 시식해 보니 맛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출시하게 된 배경은.

"사찰음식은 좋긴 해도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다. 사찰음식의 건강함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이 선호할 만한 것이 뭘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착안한 게 햄버거다. 정광중고등학교 이사장 시절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많이 사줘서 '햄버거 스님'으로 불렸다. 화엄사 비건 버거는 비건 식품 업체가 만들고 화엄사는 브랜드만 제공한다. 매출의 1%가 로얄티인데 수익 100%도 불우이웃 돕기와 환경단체 지원을 조건으로 계약했다. 처음부터 돈 벌려는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찰이 시줏돈에 의지하지 않고 상품을 개발해서 재정을 충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대만 불교는 그런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찰이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서 재정을 충당하고 신도들의 시주는 100% 사회에 환원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그 단계까지 오지 못했다. 신도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부대중(비구·비구니·남·여신도)에게 혜택을 주는 사찰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있다. 전환점에 서 있다고 봐주면 좋겠다."

-비건 버거 외에 화엄사 야생차도 좋은 상품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신라 진흥왕 때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스님과 차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인도에서 온 연기스님이 이곳에 차를 심으면서 화엄사 인근에는 야생차 군락지가 생긴 것 같다. 차를 상품화한 것은 내가 1994년도 화엄사 재무담당자였을 때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작됐다. 구층암 주지 덕제스님이 당시에는 막 출가할 때여서 덕제스님이 차를 만드는 일을 맡게 됐다. 지금 덕제스님은 20년 가까운 경험과 연구로 전문가가 됐다. 화엄사 야생차는 몸에 좋은 차로 권하고 싶다. 다만 재배차처럼 대량 생산하는 게 아니라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생산량 자체가 적고 비싼 편이다. 그래서 귀한 손님한테 주는 용으로 쓰고 있다."

-화엄사가 일반인 상대로 행사를 많이 하다 보니까 소외감을 느끼는 신도도 있을 것 같다.

"불자야 사찰을 늘 이용하지만 일반인은 어쩌다가 이용한다. 행사가 많은 것 같아도 일 년에 서너 번이다. 화엄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사찰이다.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고 활용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스님과 불자만 전통사찰이 주는 혜택을 누려왔다. '우리들만의 리그'였던 셈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세상이 편리해지고 풍족함을 누린다고 해도 괴로움은 계속 존재한다. 그러니 마음을 단련하는 연습을 해봐라. 따지고 보면 아침에 태어나고 저녁에 죽는다고 할 수 있다. 자기 전에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라. 하루를 정돈하고 새날을 맞으면 더 나은 날을 맞는다. 이런 습관이 지속되면 그 사람은 물질이 부족해도 절대로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 말씀과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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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문화제가 기간 열린 헌혈증서 나눔 행사에서의 기념촬영 모습(아랫줄 가운데 덕문스님). 동서지역을 대표해서 광주 정광고와 대구 능인고 학생 등이 모은 헌혈증서를 기증하는 자리로, 젊은 세대에서는 지역감정이 해소되길 기대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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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걸린 영산회상도 괘불탱화. 이 탱화는 일 년에 한 번만 공개된다. 화엄문화제 기간인 지난 6일 괘불재 행사 때 전시됐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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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문화제 기간 진행된 '구례 사찰 명상순례길' 걷기대회 모습. 주지 덕문스님이 참가자들과 함께 걷고 있다./제공=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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